[문화산책] 양심 타령 한 마당
양심(良心)이라는 것이 아직도 이 세상에 존재하기는 하는지 의심스럽다. 양심, 즉 좋은 마음이 골동품을 지나 화석이 되어버린 세상이다. 양심을 생각하면, 인도의 전래동화가 떠오른다.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준다. 옛날에는 양심이 사람의 앞가슴 한가운데 잘 보이는 곳에 붙어 있었다. 사람들은 보석처럼 아름답게 빛나는 양심을 존경했고, 그런 양심을 가지고 싶어 했다. 그래서 저마다 양심을 깨끗하고 빛나게 갈고 닦으며 평화롭게 살았다. 한편, 악마들은 세상을 지배하려고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었는데, 사람들 앞가슴에서 눈부시게 빛나는 양심 때문에 뜻을 이루지 못하는 판이었다. 그런데, 오랜 가뭄으로 큰 흉년이 들어 백성들이 모두 굶어 죽을 위기에 닥쳤다. 악마들은 이때다! 싶어 기뻐하며, 광고를 크게 냈다. “양심 삽니다. 비싼 값에 삽니다. 흥정 환영!” 하지만, 백성들은 그런 유혹에 쉽사리 넘어가지 않았다. 아무리 배가 고파도 양심을 판다는 건 감히 상상해보지도 못한 일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배가 너무 고팠다. 굶어 죽느니 차라리…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배가 고팠다. 온 천지에 꼬르륵꼬르륵 소리가 요란했다. 먹을 것이 없어 울며 보채는 아이들을 보는 부모들은 마음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거기에 대고 악마들이 속삭였다. “절대 비밀 보장! 은밀한 곳에서 몰래 팔도록 도와 드림. 양심 있던 자리를 가릴 고급 비단 수건 무료 제공” 드디어, 양심 파는 사람이 하나둘 생기기 시작했다. 양심이 없으면 당장 죽을 줄 알았는데, 웬걸, 양심 없어도 멀쩡한 데다 배불리 먹을 수 있으니…. 양심 파는 사람이 빠르게 늘어나고, 악마들은 신바람이 났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마을 큰 어른은 시름이 깊어졌다. 가장 크고 찬란하게 빛나는 양심을 가진, 모두가 존경하는 어른이었다. 악마들은 큰 어른의 양심만 사버리면 세상을 손아귀에 넣는 건 시간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큰 어른은 깊은 고뇌 끝에 악마들을 불러, 말했다. “내 양심을 팔겠다. 너희가 가진 전 재산을 다오” 악마들은 수락했다. 큰 어른의 양심을 살 수만 있다면 무슨 짓이라도 하리라 생각한 참이었으니 망설일 것도 없었다. 세상을 지배하고 나면 돈 모으는 것쯤이야 식은 죽 먹기나 마찬가지 아닌가. “그 대신, 돈은 지금 내고, 양심은 내일 아침에 가지고 가라.” 악마들은 그 부탁도 들어주었다. 밤새 축하 잔치나 신나게 즐기지 뭐. 그리고 다음 날 아침, 동이 트기 무섭게 악마들이 양심을 가지러 가보니, 큰 어른은 이미 숨을 거두었고, 그 찬란하게 빛나던 양심도 빛을 잃고 싸늘하게 식어 있었다. 돈은 모두 백성들에게 골고루 나눠준 뒤였다. 그 장면을 안타깝게 내려다보신 하늘님께서 엄숙하게 말씀하셨다. “양심을 몸속에 감추어 보이지 않게 하라!” 그래서, 양심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게 되었다는 이야기. 오늘 나는 그런 명령을 내리신 하늘님께 항의하며 기도하고 싶다. “비나이다, 비나이다. 양심이 잘 보이도록 다시 몸 밖으로 꺼내주시고, 양심 없는 놈들은 발도 못 붙이는 세상을 열어주십시오.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간절한 기도가 통해서 정말 그렇게 되면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같은 높으신 분들 뽑기도 한결 수월해질 것이고, 거짓말은 감히 할 엄두도 낼 수 없고, 선거에 퍼붓던 엄청난 돈으로 문화의 꽃 활짝 피울 수 있으려나? 여보슈, 꿈 깨슈, 제발! 나잇살이나 먹어가지고 꿈은 무슨! 장소현 / 시인·극작가문화산책 양심 타령 양심 타령 양심 때문 모두 백성들